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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총을 포기하지 못할까?

by bitdigger1 2023. 2. 24.

미국은 수정 헌법 제2조에서 총기 소유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불특정 다수를 노린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나라입니다.
2023년 1월 버지니아에서는 6살 어린이가 학교에서 몰래 가져간 아빠의 권총으로 선생님을 쏘아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링컨, 케네디, 레이건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이 총에 의해 부상당하거나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렇듯 총기로 인한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개인의 총기 소유에 대한 규제, 폐지 여론이 높지만 전미 총기 협회 NRA는 오히려 이런 사건들을 이유로 더욱 강력하게 총기 소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NRA는 미국 정치계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는 막강한 로비력을 가진 단체입니다.
도대체 왜 미국은 총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간단하게 알아보려 합니다.

1. 역사적인 배경

1620년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잉글랜드를 출발한 이민자 102명이 북아메리카 대륙의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도착합니다.
필그림 파더스로 불리는 이들은 신대륙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인 인디언과 조우하고 처음에는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디언들은 대대로 살던 땅을 침범하는 이들과 대립하게 되었고 분쟁이 발생하면서 이주민들은 머스킷 총으로 맞서기 시작합니다.
초창기에는 활과 화살뿐이었던 인디언들도 머스킷을 입수해서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총은 초기 이주 정착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품으로 각인되기 시작했고 미국 역사는 이렇듯 총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영국과 세금 문제로 갈등을 빚기 시작한 식민지 미국은 민간인들로 구성된 민병대들이 자신의 소유한 총을 들고 독립 전쟁에 나서게 됩니다.

2. 수정 헌법 제2조 Second Amendment와 총기 소유의 확산

잘 규제된 민병대는 자유 주(State)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무기 휴대의 권리는 1791년에 제정된 미국 헌법 수정 제2조(Second Amendment 또는 Amendment II)에서 보장되고 있습니다.
독립 전쟁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던 각 주 별로 보유한 민병대의 유지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무기 소유와 휴대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었지만 개인들의 권리로 확장되어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국가가 개인을 온전히 보호해 줄 수 없는 상태에서 개인의 총기는 자신의 목숨과 가족, 재산을 지키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이를 헌법에서 보장하게 된 것입니다.
동부에서 광활한 서부로 확장을 시작한 서부 개척 시대는 경찰력이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총을 가지고 있으면 나도 총을 가져야 대항이 가능했고 무법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법보다 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인 적자생존의 시대였습니다.
많은 총기 회사들이 설립되어 빠르고 효율적으로 쏠 수 있는 총들이 개발되어 보급되면서 어떠한 규제나 제한 없이 누구나 총을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남북 전쟁을 거치면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자 자신들이 억압하던 흑인들의 반격을 두려워한 백인들은 더욱 총기 소유에 매달립니다.

3. 민병대 Militia

독립 전쟁으로 시작된 유구한 민병대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수많은 지역 민병대들이 현재에도 상당한 수준의 자동화 무기를 보유하고 자체적인 군사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수의 민병대들은 연방으로 이루어진 미국에서 언제 벌어질지 모를 중앙 정부와의 전쟁에 대비한다는 목적을 밝히고 있으며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트럼프가 개표 과정에서 밀리자 자동 화기를 휴대하고 선거 개표를 방해하는 등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총기 소유의 적극적인 지지자들이며 텍사스에서는 총기를 보이게 휴대할 수 있는 오픈 캐리 정책이 시행되면서 거리에서 자동 소총이나 권총 등을 휴대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4. 전미 총기 협회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는 1871년 창립된 단체로 초기에는 총기에 관한 안전 교육 등을 강조했고, 총기 규제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현재는 총기 보유의 권리를 지키려는 보수적인 미국인들을 대변하고 있는 강력한 로비 단체입니다.
정치계에 엄청난 로비 자금을 퍼부으며 총기 규제 정책을 막고 있으며 비참한 총기 사고에도 이래서 총이 필요하다는 식의 홍보 활동을 벌이는 단체입니다.

이렇듯 총으로 만들어진 나라 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며 중앙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총기 소유를 금지한다면 당장이라도 민병대에 의한 내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총기 소유의 자유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사고와 범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여전히 수정 헌법 제2조의 권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미 정부는 총기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강화된 신원확인과 등록 절차를 만들었지만 미등록 불법 총기의 유통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총이란 최후의 자위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 핑크색 사냥총을 사주는 전통이 남아있는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를 줄이는 것은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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