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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목소리

by bitdigger1 2021. 1. 25.

"여주야"
내 상상 속을 깨우는 목소리다. 언제나 상상에 오래 빠지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아"
왜 자꾸 날 깨우는 건지. 이유를 하나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상상에 빠지면 선생님에 목소리가 안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귀찮아 죽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목소리가 날 깨운 뒤에 선생님이 날 불렀다.
"김여주"
나는 졸린 목소리를 감추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네!"
"이 문제 풀어봐라"
선생님은 내가 수업에 집중을 안 했는지 했는지 긴가민가 해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시킨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아는 문제였다. 내가 문제를 다 쓰니 선생님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앉으라고 하셨다.
나는 다시 상상으로 빠졌다.

띠리리리..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나온 동시에 상상에서 나왔다. 반 애들은 급식실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안 들렸다.
나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어나서 급식실로 향했다. 왜 급식 시간 때만 몸에는 무거운 돌덩어리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급식을 먹으면 꼭 상상에 빠져든다.
상상 속에는 언제나 고요하다. 편안한 분위기만 반복하던 상상이 바뀌었다.
어떤 여자애가 걸어왔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수선화 빛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사파이어 같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날 잠깐 보더니 내 손을 잡고 달렸다. 나는 힘 없이 따라갔다.
그 애는 뭐가 좋은지 자꾸 웃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말을 꺼내였다.
"여주야, 이제 깨야지"
그 여자 애는 내 머리를 살짝 쳤다.
"으..."
깨어나 보니 학교 수업 중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상상에 빠지지 않았다. 그 목소리도 다시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 상상과 목소리는 내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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